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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첩과 변주  Overlapping and Variations
2023ㅣclay, printed matter ㅣvariable size

  우주는 모든 순간들이 일정한 질서로 순환하며 존재하는 4차원 시공간으로서 실체적 존재가 어떤 확률을 전제로 사방에 고루 분포되어 있는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런 이유로 우주의 외곽과 중심은 나눠져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존재들은 우주 전체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우주는 암흑 물질의 거대한 공간인 보이드(VOID)에 형광 구조인 필라멘트(FILAMENT) 은하계로 이루어져 있다. 빛 물질과 암흑 물질은 상반된 형태와 움직임으로 완벽하게 1:1 중첩을 이루어 모든 정보들을 교환하여 우주를 존재하게 한다. 빛의 척력(빛의 퍼짐, 에너지)에는 암흑의 인력(암흑의 흡수, 물질), 빛의 인력(중력, 물질)에는 암흑의 척력(암흑의 방출, 에너지)이 작용하면서 블랙홀과 은하가 형성되고 현재의 우주가 존재한다. 이러한 모습에서 빛은 결과적으로 암흑의 크기와 형태를 결정하고 암흑은 빛이 퍼져 나가는 방향을 결정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빛과 암흑은 서로에 대항하며 균형을 맞추는 것이 아닌 순환적 관계로서 상반되는 방식으로 상호 보완하며 하나로 존재한다. 고로 빛이 없는 암흑도, 암흑 없는 빛도 존재할 수 없다.

  빛과 암흑의 관계를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관계로 치환해 보자. ‘보이는 것’, 즉 우리가 인지하는 사물의 모습은 독립적인 본래의 모습이 아닌 ‘보이지 않는 것’, 즉 의식이 중첩된 모습이다. 그렇기에 우리 주변의 모든 사물은 본질에서 벗어나 상징성을 가진다. 예를 들어 동전은 주로 구리로 이루어진 금속 덩어리이다. 앞면과 뒷면의 각인, 옆면의 톱니 등으로 가공된 금속 덩어리는 보이지 않는 것에 의해 다양한 의미와 가치를 가진다. 지구의 위성인 달은 문화, 학문적 배경에 따라 상징하는 바가 다르며, 개인의 경험에 의해 다양한 감정으로 해석된다. 또한 나의 작품도 이런 의도를 거쳐 관람자에게 인식된다. 작품과 관람자 사이의 보이드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작품과 관객 사이에 나 자신은 보이드로 존재하며 상호 관계의 중심에 직접, 간접적으로 관계한다.

  인간의 의식 밖 물질세계에서 바라보면 물체와 빛의 관계에서도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는 물체에 반사된 빛을 통해 그 물체의 모습을 인식한다. 광원에서 발산된 빛은 보이지도, 만질 수 없지만 보이드에 존재한다. 보이드를 거쳐 물체 표면에 도달한 빛은 선택적 반사를 거쳐 우리에게 인식된다. 따라서 물체의 형상은 보이드에 존재하는 빛에 의해 무한히 변형된다. 이처럼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은 면밀히 얽혀 상호작용하며 변주를 일으킨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중첩과 변주가 다양한 방식으로 순환하고 확장되어 우주를 구성하기 때문에 우주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다. 나는 빛과 암흑의 관계를 이용한 조형언어를 구현하고자 하였으며 그 과정이 ‘중첩과 변주’이다. '중첩과 변주'는 총 3개의 Part로 진행되었다.

<Part 1>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대상화하는 과정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빛은 암흑의 크기와 형태를 결정하며 암흑은 빛이 퍼져 나가는 방향을 결정한다. 따라서 그림자(암흑)의 형태는 물체의 형태에서 파생되지만 빛에 따라 무한히 변형된다. 이는 동시에 그림자의 형태에 따라 빛의 방향이 결정된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빛과 암흑의 상호작용을 이용하여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중첩과 변주를 나타내기 위해 빛과 암흑, 원과 사각형으로 대상화하였다.

<Part 2>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중첩시키는 과정이다. 빛과 암흑의 상호작용을 이용하여 원과 사각형을 중첩시켜 다양한 변주를 도출했다. 그 결과물은 필라멘트와 보이드, 빛과 암흑, 사물과 의식의 관계처럼, 원과 사각형이 중심과 방향성 없이 복잡하게 얽힌 형태를 띤다. 이러한 형태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중첩되어 있는 어떤 상태를 나타낸다.

<Part 3>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중첩 상태에서 분리하는 과정이다. Part 2에서 원과 사각형은 중첩과 변주를 거쳐 경계가 모호해지고 하나로 존재한다. 관람자는 각각의 원과 사각형을 분리하여 인식한다. 이는 우리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중첩을 인식하는 순간 그것들을 분리하기 시작하는 것과 같다. 원은 보이는 것, 사각형은 보이지 않는 것이라는 원리에 따라 새로운 개체들을 생성하고 그것들을 이어 붙였다. 보이는 것들이 하나의 솔리드가 되고 보이지 않는 것들이 하나의 보이드가 되어 둘의 경계가 명확해진다. 원과 사각형의 중첩은 변주되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분리된다.

  모든 사물은 물질, 개인, 사회 더 나아가 우주와 연결되어 무한히 확장된다. 우리는 사물의 주관과 객관적 본질을 분리하여 상기함으로써 사물에 중첩되어 있는 의식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변주가 되어 사물은 우리의 의식 속에서 확장된다. 내가 일으킨 중첩과 변주 또한 타인에 의해 분리되고 확장되어 우주의 무한한 가능성의 한 줄기 필라멘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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